6월까지는 직접 탈 수 있는 바이크를 완성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동안 쌓여온 3D프린터의 지식, 활용은 물론, 수정된 디자인, 부품들 등등…
하지만 5월 한달간 무리했던 3D 프린터가 6월이 되니 퍼지기 시작했다. 5월엔 ABS 출력을 위해 케이스(Enclosure) 제작을 시작으로 고열에 미숙한 관리가 가장 큰 실패의 요인이었다.
Hot-bed… 적층을 시작할때 뜨거운 베이스 판넬에 노즐이 녹여낸 필라멘트가 뿌려지기 시작한다. 이건 초기적층이 베이스에 잘 붙게 하는 동시에 Wrapping(말려올라가는 현상)을 막기위한것이다.
ABS 필라멘트는 Hot-bed 의 온도가 110도에서 유지되어야 했다. 게다가 노즐온도 역시 260도에 육박한다. PLA 소재보다 휠씬 높은 온도이다. 이 작업을 통해 초기 Version의 장비들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꽤 많다는걸 알게된다. 온도가 높아지니 Extruder(압출기)가 물렁해진 필라멘트를 제대로 밀어주지 못하는 경우부터. Cable Drag Track 내부의 케이블이 열화되기도 하고, 110도 까지 올라가야하는 Hot-bed 에 보내주는 전류양의 문제로 대용량 MOSFET을 따로 만들어 줘야 했고, 타이밍벨트 홀더가 PLA 소재여서 녹아내리는 문제로 ABS로 새로 디자인해서 만들어 주어야 했고, 노즐넥(Nozzle Neck/노즐목)의 내부 테프론 관이 타버려 Extruder(압출기) 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점, 게다가 온도변화가 심해져 Hot-bed 에 사용된 Borosilicate Glass(붕규산 유리)가 살짝 변형이 되기도 했고, 그로 인해 노즐이 판을 긁으며 Kapton tape가 노즐 속으로 들어가 노즐이 막히기도 했다. 이런 문제들이 모두 2개월 동안 벌어진 일이다.
이게 그냥 망가진것이 아니다. 출력물의 충진 밀도를 높여 제작하는 관계로 프린팅이 시작되면 24~36시간에 달한다. 긴 시간을 프린팅하던 출력물이 중간 또는 마지막에 정지하거나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끝나게 된다. 이것이 계획했던 기간보다 2배의 시간이 걸렸던 이유다.
복잡한 심정으로 쉬지 못했다.
이번엔 끝을 내야 했기 때문이다.
만나고 싶은 분들도 못 보고, 하고 싶은것도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
시간은 가는데 스스로 정한 시간을 넘겨가는 고통은 직접 격지 못한 개발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울것이다.
그건 참기 힘든것이 아닌, 자신감의 상실이었다. 이러한 고통은 개발자들에겐 정말 힘겨운 일이다. 잠시 스스로 물러서는것이 아닌, 가고자 하는길이 강을 건너 산을 넘어 절벽을 뛰어 넘어야 하는 것과 같다. 감정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금요일이다. 마지막으로 수리를 끝낸 후에, 더 이상 문제가 없는것을 확인했지만 6월 30일이 내일이다. 작업지연으로 허탈함이 밀려왔다.
갑자기 필라멘트가 바닥난것을 확인했다.
실패만 계속하다보니 그냥 필라멘트만 사라진걸 알아채지 못했다.
급하게 주문을 했지만 당일 발송이 안되었다.
빠른 시간안에 분위기 환기해야 했지만,
그래야 다른것들이 보이는것을 알고 있었지만,
밀려오는 후회로 다른것을 보지 못했다.
결국 월요일 도착되면, 아니 어쩌면 월요일 출발해서 화요일 도착하면 작업은 또 지연된다.설상가상으로 디자인을 수정한 후에 볼트의 사이즈가 모두 달라져야 한다는것을 잊고 있었다.하루 종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큰 사이즈의 압착기가 필요해 클램프를 구입하고 집에 들어왔다.
밀려오는 피곤함에 잠시 누워 있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아침 9시다.
미쳤다. 전날 9시에 잠을 자 12시간을 잤다.
정신이 혼미했다.
너무 늦었다.
오늘 할일이 많은데…
어쩌지….
요즘 아침 9시에 일어난적이 없다.
보통 4~6시 사이에 일어난다.
하루에 3~5시간을 잔다.
스스로 만든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서다.
오늘 꼭 해야 할일이 볼트를 추가로 주문하는것이다.
앞서 말한 디자인 변경으로 인해 볼트 사이즈를 정밀하게 다시 측정해야하기 때문이다. 때때로 디자인 툴에서 보는것이 작은 오차가 보여 만들어진 제품을 직접 체크하는…. 말하자면 디자인툴에서 1차 정리를 하고 실물사이즈를 확인하고 2차 정리를 하는 더블체크를 하여 볼트 리스트를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보니 마무리하고 주문하려면 일찍부터 서둘러야 했다.게다가 오전에 처리할 일도 있어 정신이 없었다.
토요일에 12시에 주문받는 업체가 있어 마감시간 1분 지나서 주문을 했다. 사실 안될것이라 생각했다. 종류가 많아서 였다.
업체에서 난감해 했다. 이제 곧 마감할 시간인데 너무 다양한 사이즈의 특수렌치볼트인지라 특정 사이즈가 없으면 다른업체에 의뢰를 해야하는데, 토요일 문을 연곳이 별로 없어서였다.
그래도 끝가지 친절한 상담에 너무 고마웠다. 게다가 모두 다 찾아서 발송해 줬다. 그걸 모두 다 찾아서 포장하는 데 2시간이 걸린듯 하다. 아마도 몇몇 사이즈는 주변 업체에 찾아다니신듯…
주말에 나같은 진상손님이 또 있을까…ㅠㅠ
발송되었다는 문자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너무 너무 고마웠다.
친절하고 성실하고, 멋진 분들…
직원분이라면 사장님이 복이 너무 많은 분이고, 사장님이라면, 회사는 번창할것 같다.
주말에 때아닌 머리아픈 진상손님… 그게 바로 나였다. 나도 모르게 잠든것이 12시간을 잤다. 그냥 1분 누워 있었던걸로 착각했을 정도로… 그렇게 미친듯이 잠을 잤다.
그래도 아까운 시간을 그냥 허비할 수 없어서, 남아 있는 짜투리 필라멘트를 모아 3D 프린터 출력을 시작했다. 중간에 필라멘트 교체 명령을 주면 패싱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난감하다. 일시정지하다 오류가 생기면 그냥 멈춰버린다. 아직 Firmware 가 안정적인것이 아니라서 그렇다. 그래도 속상한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별 문제 없이 교체되었다.
이렇다 저렿다 말은 많아도 개발자들에겐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 DIY 3D 프린터…
게다가 가끔 업데이트까지 해주는 Marlin Firmware… 사실 Freeware 인데 그정도라면, 자주해주는것이다. 인간의 욕심이란….ㅠㅠ
청새치(marlin)란 이름이 어떻게 해서 붙혀졌는지 아직 모른다. 구글링 하면 알아낼 수 있을것 같다. 어째든 보이어 교수를 비롯한 개발자들 덕분에 청새치는 노인과 바다 이후로 또한번 유명해졌다. 속도가 시속 100km 를 육박한다는 청새치(marlin)… 3D 프린터의 Firmware 이름으로 너무 잘 어울린다.
아쉬운 6월을 마치며…
나의 미숙함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래도 그런 미숙함이 있어 꿈을 꿀수 있다고 스스로를 달랜다. 자만은 나를 망칠 수 있다는것도, 느겼던 한달이었다. 그리고 놀라울정도로 유연할 수 있다는 3D 프린터의 능력에 감탄도 했고, 실망도 했다. 또한 한사람의 성실함이 다른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깨닫게 되는 한달이었다. 계획은 일부 실패했지만, 역시 얻는게 많은 한달이었다.
끝으로…
성실한 모든분들을 존경한다.
그런 분들이 있어서 내일을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직업의 귀천이 존재한다고 믿게 만든건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잘못했기 때문이다.
세상을 여러갈래로 만든것도 공부잘하는 사람들이 잘못했기 때문이다.
전세계 이웃나라 사람들끼리 미움에 사로잡혀 살게 만든것도…
공부잘하는 사람들이 잘못했기 때문이다.
그들끼리의 싸움에 제발 선량한 사람들을 이용하지 않기를 진심 바란다.
제발,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그런 사회를, 그들은 만들기를 진심 바란다.
그리고 자만하는 잘난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는것이 아닌, 평범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있어 세상을 바꿀 의미와 의지가 있다는것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Cheers…
Enjoy your life,
Regardless of your circumstance,
because your are human being.